[한국대학신문] 지방 국립대 무상교육, 약일까 독일까[특별기고]
송현주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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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주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 |
학생과 학부모가 등록금에 신경을 쓰는 건 당연하고 그래서 대학도 입시 홍보 때 장학금 설명을 빠뜨리지 않는다. 그런데 내년부터는 이 항목을 빼야 할 것 같다. 정부가 2027년도 예산안에 30개 지방 국립대 신입생의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는 방안을 담았기 때문이다. 같은 지방 도시의 국립대와 사립대의 운명은 이제 갈라지게 됐다. 명분은 지방 소멸 대응, 지역 인재 유출 방지, 지방대 경쟁력 강화라고 한다. 그러나 필자는 이 정책의 수단과 목표가 서로 연결되지 않고 오히려 기존의 대학 서열을 고착화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사회의 기초 공정성을 무너뜨릴 위험도 있다고 본다.
등록금 0원과 지방 국립대의 경쟁력
이번 정책도 지방대 지원 사업이니 그간의 재정지원사업 성과를 냉정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링크 사업부터 앵커 사업까지 정부 지원이 재정이 불안정한 지방대에 힘이 되고 경쟁력 유지에 보탬이 된 것은 분명하지만 성과지표에 비해 성과가 제한적인 것도 사실이다. 오랜 수도권 집중화로 지역 산업 기반이 취약한 조건에서는 협력할 기업이 없는 산학협력, 유치할 산업이 없는 특성화가 대학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그렇게 격차는 점차 확대됐고 한때 상위권을 지켰던 지방 거점 국립대들의 추락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대학에 직접 투자하는 사업도 산업 기반 부재로 성과가 제한적이었는데 등록금 지원은 어떤 효과를 낼 수 있을까? 등록금 지원은 본질적으로 대학 교육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 학생 개인에 대한 보조금이다. “등록금 0원이면 우수 학생이 오고, 그러면 대학이 강해지고 지역도 좋아진다”는 추론의 고리는 검증되기 힘든 가설일 뿐이다. 비용 유인으로 들어온 학생이 ‘우수한’ 학생인지, 입시 결과 개선이 대학의 역량 강화로, 다시 지역 발전으로 이어질지 그 어느 것도 자명하지 않다. 정책과 목표 사이의 틈을 상상과 비약으로 메워야 하는 것이다.
정책 효과를 무력화하는 결정적 요인은 학생들의 선택 기준이다. 지금도 국립대 등록금은 사립대의 절반 수준이고 수도권 주거비와 생활비까지 고려하면 지방 국립대를 택할 경제적 유인은 이미 차고 넘친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수도권 사립대로 가고 싶어 한다. 국가장학금 등 장학제도로 등록금 실부담이 이미 크게 낮아진 학생에게는 추가적인 가격 유인이 제한적일 수 있다. 지방 국립대 전액 장학금에 2130억 원이 투입되지만 진학 선택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다. 등록금 격차를 고려할 때 추가적인 진학 유인이 어느 정도일지는 검증이 필요하다.
인재 유출 방지라는 목표도 설득력이 충분하지 않다. 고등학교 졸업생의 수도권 진학이 과연 인재 유출인가? 인재 유출이라면 대학 졸업 이후를 말하는 것이 마땅하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25 대학의 교수·학습과 혁신에 관한 학생 조사’에 따르면 비수도권 대학생의 48.4%가 졸업 후 수도권 취업이나 진학을 희망했고 대학 소재지에 남겠다는 응답은 28.4%에 그쳤다. 지역에 남고 싶어도 양질의 일자리가 없어 높은 주거비와 각박한 생활 여건을 감수하고 수도권으로 떠나는 것이다. 등록금 전액 지원은 대학 선택의 비용 유인에 초점이 맞춰진 정책이어서 지방 국립대가 졸업생을 수도권에 공급하는 현상은 바뀌지 않는다. 효과와 목표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정책의 정당성을 설득하기 어렵다.
지방 대학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
정작 이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는 영역은 지역 내부다. 지방 국립대는 이미 거의 모든 지표에서 지역 사립대에 앞서 있다. 2025년 학생 1인당 교육비는 국·공립대가 2669만 원으로 사립대 1886만 원보다 약 800만 원이나 더 많았다. 거점 국립대를 정점으로 한 지역 내 서열화는 수십 년 누적된 차등 지원과 지방 사립대의 재정 위기 속에 이미 완성돼 있다. 여기에 등록금 0원이 더해지면 기울어진 운동장은 더 기울어진다. 수도권 사립대와 지방 국립대 사이에는 졸업 후 기회라는 큰 격차가 있어 등록금 0원이 선택을 바꾸지 못하지만 같은 지역의 국립대와 사립대 사이에서는 선택을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가 된다. 더구나 이 정책은 향후 지방 대학 지원이 국립대에 집중될 것이라는 신호로 읽힐 수도 있다. 지방 대학 내부의 국립과 사립의 양극화가 지역 인재 유출 방지와 지역 발전에는 어떻게 연결되는가?
공정성의 문제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지방 국립대와 사립대 재학생의 소득과 출신 지역 분포는 크게 다르지 않다. 같은 지역에서 공부하더라도 지방 국립대 신입생은 소득과 관계없이 등록금 전액을 지원받는 반면 지방 사립대생은 소득과 선발 여부 등에 따라 지원 수준이 달라진다. 소득 수준이 기준인 국가장학금Ⅰ유형과는 지원 원리도 다르다. 공정성을 위반하는 차등은 공동체 전체의 복리를 증진시키거나 사회적 약자에게 이익이 될 때만 정당화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정책은 수혜 자격 자체가 소득이나 경제적 취약성과 연계돼 있지 않다.
정책의 순서와 기준을 바로 잡자
지역 문제를 다룰 때 중요한 것은 인과관계와 순서다.
일단 지방 국립대의 경쟁력을 강화한다고 하더라도 다수 지방 국립대가 병존하는 현 체계의 통폐합이 전제돼야 한다. 한 권역에 여러 국립대가 정원도 채우지 못한 채 병립하는 상황을 두고 등록금만 없애는 것은 깨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다. 재편 뒤에 지원을 집중해야 경쟁력도 생긴다.
둘째, 지역 인재 유출은 대학이 아니라 지역 일자리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 공공기관 이전과 지역 기반 산업 육성에 집중해야 하며, 대학 지원도 그 전제 위에서야 효과를 낸다.
셋째, 대학 지원에서 설립 주체를 따지지 말고 대학의 역량과 운영의 건전성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잘 가르치고 건전하게 운영되는 대학이면 국립, 사립을 가리지 않고 지원하면 되는 것이다. 학생 개인에 대한 지원도 ‘설립 주체’가 아니라 ‘지방에서 공부하는 학생’을 기준으로 소득에 연계해야 한다. 그동안의 지방 대학 지원 정책도 크게 보면 이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정부에 촉구하는 것은 단순하다. 목표가 불분명한 느닷없는 정책으로 대학 교육을 혼란스럽게 해서는 안 되며 더 나아가 공정성 기반까지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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